일본 중고를 얘기하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야마하는 자사 사이트에서 피아노를 3대 시장 — 습한 아시아, 상대적으로 건조한 유럽, 극도로 건조한 미국 — 에 맞춰 따로 짓는다고 밝힙니다. 미국행은 향판·브리지·리브·핀블록을 「컴퓨터 제어 킬른으로 훨씬 낮은 함수율까지」 말린다고요. 습한 기후용으로 시즌드된 악기를 건조한 곳에 두면 「구조 건전성이 위협받아」 케이스 뒤틀림·향판 균열·튜닝핀 이완이 올 수 있다는 게 야마하 본사의 설명입니다. 여기서 「회색시장(gray market)」 — 일본 내수용을 헐값에 사 건조한 시장에 파는 — 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가와이도 자사 FAQ에서 「일본용은 일본의 습한 기후에 맞춰 북미용과 다르게 시즌드했다」고 인정하고, 건조지로 옮기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일본 수입 중고엔 보증이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지금은 단일 공정으로 통합). 다만 질문하신 「대부분 브랜드가 그러느냐」 에는 — 아니요. 행선지별 시즈닝은 사실상 야마하(그리고 과거의 가와이) 같은 대량 수출 일본 메이커의 관행이고, 둘 다 단일 라인으로 수렴 중입니다.
스타인웨이(함부르크·NY)·파치올리·뵈젠도르퍼는 시장별 라인을 돌리지 않아요. 나무를 하나의 목표 함수율(스타인웨이는 림 단풍을 약 6%로)로 만든 뒤, 기후 관리는 주인 몫으로 넘깁니다 — 방 습도를 40–55%로 유지하라고요. 연 140대를 짓는 파치올리 같은 공방은 시장별 건조 스케줄을 돌릴 수도, 돌릴 이유도 없죠. 결국 「행선지 시즈닝」은 업계 표준이 아니라 물량이 압도적인 일본 대량 수출 메이커의 특수 관행입니다.
원리는 평형함수율(EMC)입니다. 나무는 흡습성이라 주변 공기와 수분을 주고받으며 평형에 이르는데, 고급 악기는 대략 6–9%를 노려요. 습하게(가령 10%대) 시즌드된 향판이 건조한 난방 겨울(실내 습도 15–30%)을 만나면 수분을 잃고 수축 — 향판이 갈라지고, 핀블록이 줄어들며 튜닝핀을 놓아 조율이 안 잡힙니다. 균열은 대개 미관 문제지만 핀 이완은 실질 결함이에요.
한국이 딱 이 시험대입니다. 여름은 습하고(실내 70%+), 겨울은 온돌·강제급기 난방으로 바짝 말라(15–30%) 일본 내수용이 겨울에 노출돼요. 그래서 국내 일본직수입 딜러들이 습도 조절기·가습기와 향판 균열 점검을 표준으로 권하는 겁니다 — 스타인웨이·파치올리가 주인에게 권하는 바로 그 완화책을, 수입 시장이 통째로 채택한 셈이죠.
그럼 그 초기 함수율의 영향은 얼마나 갈까요 — 답은 생각만큼 오래는 아니다입니다. 나무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지금 공기와의 평형만 따라가요. 어느 습도에 놓이면 향판은 수주~수개월이면 그 수준으로 다시 평형을 이룹니다. 그래서 위험은 앞쪽에 몰려 있어요 — 촉촉하게 시즌드된 개체가 건조한 첫 겨울을 처음 만날 때가 균열이 나는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고, 그때 갈라진 향판은 영구히 남습니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일본산 함수율」이라는 건 의미가 없어지고, 이후의 진짜 적은 출신이 아니라 반복되는 습도 낙차예요. 여름↔겨울을 오갈 때마다 핀블록이 부풀었다 줄었다 하며 핀 둘레 목질 섬유가 누적적으로 상해, 조율 유지력이 영구히 떨어집니다. 계절에 따른 음높이·크라운의 오르내림은 습도가 돌아오면 회복되지만, 한 번 생긴 균열·망가진 핀 그립·세월과 함께 꺼진 크라운은 돌아오지 않아요. 요컨대 「일본 내수용이라 영영 불안하다」가 아니라 첫 한 해(특히 첫 겨울)의 통과의례가 있고, 그걸 넘겼거나 방을 40–55%로 잡아주면 출신은 무의미해집니다 — 그러니 딜러가 이미 들여와 순응·정비를 마친 개체를 고르고, 살 때 균열과 핀 그립(조율 유지력)만 확인하면 됩니다.
정직하게 — 흔히 인용되는 구체 수치(일본 10–12% vs 미국 6–8%)나 「wet/dry/ superdry」 라인 명칭·시작연도는 기술자·딜러 전언이지 야마하 1차자료가 아닙니다. 베히슈타인·슈타인그레버·블뤼트너의 시즈닝은 1차 확인이 안 돼, 소량 생산·업계 관행으로 미루어 단일 공정으로 추정했습니다.